24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증외상센터'(극본 최태강·연출 이도윤)는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한국대병원 중증외상팀에 전쟁지역을 누비던 천재 외상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부임해 유명무실했던 중증외상팀을 사람을 살리는 중증외상센터로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산이가 작가의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중증외상센터'는 넷플릭스가 시도하는 첫 메디컬 드라마다. 코미디를 가미해 자칫 어둡고 진지할 수 있는 외상외과센터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전반적인 연출은 코믹하고 익살스러운 편이지만, 수술 신에서는 여느 의학 드라마처럼 긴박함과 진지함도 살렸다.
'중증외상센터'는 캐릭터로 승부를 보는 느낌이 강하다. 의사로서 사명감이 강하고 자존심 센 천재 스타일의 백강혁과, 엄친아지만 허당미 있는 펠로우 양재원(추영우), '조폭'이란 별명이 붙은 당찬 시니어 간호사 천장미(하영), 굴러들어온 백강혁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항문외과 과장 한유림(윤경호) 등 뚜렷한 캐릭터성이 돋보인다.
캐릭터 간 관계성도 흥미롭다. 백강혁은 항문외과 펠로우 양재원을 중증외상팀으로 데려오고 싶어하고, 그 때문에 한유림과 마찰을 빚는다. 백강혁을 무한대병원에서 온 비주류라 여기는 한유림은 아끼는 애제자 양재원마저 빼앗기며 백강혁과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
양재원은 백강혁에게 "왜 저를 선택하신 겁니까?"라고 묻는다. 백강혁은 "그냥 잘 달리길래. 내가 볼 때마다 네가 달리고 있었어. 환자 살리겠다고"라고 답한다. 뜻이 통한 두 사람은 중증외상팀에서 중증외상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 사진=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진다. 양재원은 한유림에 밉보여 '당직 지옥'에 빠지게 되고, 응급실에는 매일 같이 위급한 환자들이 찾아온다. 그는 백강혁과 함께 환자들을 치료하며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중증외상센터'는 의료진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중증외상센터의 의료진은 부족한 인력으로 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심지어 천장미는 겨우 5년 차임에도 중증외상팀 시니어 간호사를 맡고 있는데, 이는 중증외상팀이 그동안 한국대병원에서 얼마나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백강혁은 그런 현실에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백강혁은 중증외상센터의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다. 직접 헬기를 조종하거나 2시간도 채 안 돼 두개내압 감압술과 폐절제술까지 클리어하는 백강혁은 전쟁터와도 같은 병원에서 동료들과 환자들에게 영웅과도 같은 인물이다.
특히 극 중 중증외상센터의 진료비가 자꾸만 삭감되자, 백강혁이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기조실장 홍재훈(김원해) 앞에서 "적자 3억 정도는 나라에서 받은 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라며 "목적대로 사용해야죠. 외상센터 중환자실 좀 보세요. 본관 중환자실에서 넘어온 환자로 지금까지 땜질했지 않습니까. 꼴랑 침상 3개 있는 병실에 외상외과 환자가 한 명, 내과가 두 명. 중증외상 환자 살리라고 준 돈 다른 데다 쓰면 일종의 사기 아닙니까? 교수님들이 돈을 너무 밝혀"라고 직언을 날리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어떤 어려운 일이든 척척 해내는 완벽 그 자체의 외과의사라니. 다소 판타지스러운 설정이지만 의료 대란으로 힘든 이 시기에 백강혁 같은 히어로가 등장하는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사이다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정조준한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